매니큐어로 그린 관조의 세계
“사람이 먹는 음식을 장만하는 행위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나 결국 둘 다 부처의 마음, 즉 불성(佛性)을 찾아가는 수행의 과정이다.”
노승려가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렸다. 19~25일 서울 인사동 공화랑에서
‘관조+명상’을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여는 정산(靜山) 김연식(60) 스님이다.
정산과 매니큐어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이 좋아하던 도자기의 일부가 깨지자 이를 가리기 위해
매니큐어로 무늬를 새긴 것이 계기다. 이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매니큐어를 붓에 발라 도자기, 타일, 나무 그릇 위에 새기듯 그림을 그렸다.
그동안 물감 용도로 사 모은 매니큐어만 100여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펄이 들어간 매니큐어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27년간 경영하고 있는 인사동 사찰음식 전문점 한 쪽에서 틈나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정산을 지켜본 주변인들의 권유로 준비했다.
그림에는 꽃이 유독 많다. 전국의 절 음식을 연구하던 중 사찰 인근의
자연 풍광을 가까이 하게 됐고, 사시사철 변하는 꽃과 식물들에
관심을 쏟다보니 자연스럽게 꽃과 함께 하기에 이르렀다.
딱딱한 격식이나 형식을 내세우지 않는 그림들이다.
숭실대 김광명 교수(예술철학)는 “정산이 살아온 삶의 내용은 명상과
무욕으로 일관해 온 맛의 추구며 이는 아름다움으로 귀결된다.
무욕의 경지와 맛, 아름다움이 삼위일체가 돼 새로운 미학적
접근방식으로 자리매김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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